요즘 매일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엔 집구석이 최고야. 라며

집에 있다 보니

매일매일 집에만 있게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쉽게 흘러간다.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볼일이 있어서 밖에 나왔는데

매일 매일 장대비가 내리는데도

바깥세상은 열심히 굴러가고,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출근을 하고,

버스를 타고,

쇼핑을 하고,

운전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비에 젖어 꿉꿉한 기분을 피해 집안에 있던 나는

뽀송하긴 하지만

무료하고

해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상은 굴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장마가 끝나갈 무렵

친구와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을 갔다.

그냥 온몸이 젖을 생각을 하고 가는 트레킹.

길을 따라가다가 길이 끝나면 길을 찾아 계곡에 몸을 담궈 계곡을 건너는 트레킹.

신발, 옷, 머리까지 다 젖을 각오를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트레킹을 했다.

물에 젖은 꿉꿉함.

물이 잘 마르는 옷으로 무장을 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꿉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했다.

애매하게 물에 젖기를 피하느라

발만 젖거나,

다리만 젖으면 10배는 꿉꿉했겠지만

그냥 내려놓고 물에 젖으니 너무너무 시원했다.

 

이제 비도 그렇게 맞기로 했다.

그냥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를 입고 맞기로 했다.

운동화를 신고 젖어도 맞기로 했다.

집에 와서 말리고 갈아입으면 되는걸.

왜 나는 그게 두려웠을까.

 

나를 불편하고 꿉꿉하게 하는 비는

그냥 맞아버리고

그냥 나는 내 할 일을 하자.

 

뭐든

일단 해보면

내 두려움보다는

생각보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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